Arma94
큐레이션 그리고 세렌디피티..

"세상의 복잡함은 끝이 없고, 끝없는 복잡함을 전부 자신의 세계로 끌고 들어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노이즈의 바다 전체와 직접 마주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동물이나 인간은 다양한 정보의 장벽을 만들고, 그 장벽 안쪽에서 자신만의 규칙을 만든다. 노이즈의 바다에는 다양한 정보가 무한하게 존재하지만, 그중에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규칙에 맞는 것들만 가져오는 것이다.

 ’생명을 재파악한다 - 살아있는 상태란 무엇인가?’의 저자 시미즈 히로시는 이를 ‘자기 세계의 의미적 경계’라는 의미에서 시맨틱 보더(Semantic Border)라고 부른다.

제3자인 큐레이터가 부여한 콘텍스트에 의해 관점은 항상 재구성된다. 큐레이터가 소셜 미디어의 보급과 함께 무수히 많이 생겨나는 만큼 관점도 무한대로 확장된다. 이것이 다름 아닌 시맨틱 보더의 재구성이다. 그리고 이처럼 시맨틱 보더가 불안정해지며 흔들림이 생겨나고 이 흔들림이야말로 세렌디피티의 원천이 된다.” - 사사키 도시나오, ‘큐레이션의 시대’ 중..

프로젝트 시작할때부터 세렌디피티라는 화두에 대해 고민했었는데, 한 개인의 시맨틱 보더에 작은 파문을 던지고, 미묘한 균열을 만드는 것이야 말로 기성 매스 미디어가 하지 못하는 소셜 큐레이션만의 치명적인 유혹이라는 생각이 든다.

블레이크와 큐레이션…

"한 알의 모래에서 우주를 보고(To see a world in a grain of sand)
들판에 핀 한 송이 꽃에서 천국을 본다(And a heaven in a wild flower)
그대의 손바닥에 무한을 쥐고(Hold infinity in the palm of your hand)
찰나의 시간속에서 영원을 보라(And eternity in an hour)’ 라고 노래한다.”
- 윌리엄 블레이크, 순수의 전조(Auguries of Innocence) 중

스티브잡스도 블레이크에 영감을 받아 직감을 강화시켰다고 하는데, 오랜 고민끝에 큐레이션에 대해 한마디로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See the Unseen!!!

아르 브뤼와 큐레이션의 시대..

"아르 브뤼라는 말을 만든 장 뒤 뷔페는 이렇게 표현한다 ‘솜씨 좋은 가수의 노래 보다도 평범한 소녀가 계단을 청소하며 부르는 노래 쪽이 내 마음을 흔든다. 각자 좋아하는 취향은 다를 것이다. 나는 작은 것을 좋아한다. 마찬가지로 아직 새싹과 같은 상태를, 서툰 부분을, 그리고 미완성의 모습과 조잡한 것을 좋아한다. 나는 광석 속의 다이아몬드 원석을 좋아한다. 같이 있는 불순물과 함께 말이다." -사사키 도시나오 ‘큐레이션의 시대’ 중

너무 나아간 생각일지 모르지만, 어찌보면 과거 매스미디어의 시대에 획일화된 컨텐츠의 대량 소비에 대한 반작용으로 정신이상자나 어린이들이 단지 ‘표현하고 싶다’는 충동에 이끌려 그린 그림들이 아웃사이더 아트나 아트 브뤼라는 장르로 승화되었듯, 프로들에 의해 수준은 높지만 어찌보면 획일적이고 대량 생산된 기존 음악들에 대한 반작용이 지금의 버스커 버스커로 대변되는 아마추어리즘의 큰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는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