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a94

서울에서 2030 여성 직장인들이 가장 자주 방문하는 복합몰은 어디일까?라는 핵심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복합몰 관련 보고서도 뒤지고, 2030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 보고서를 뒤져도 답이 안나오더란.. 그래서 고심끝에 2030 여성들에게 가장 Hot 하다고 할 수 있는 SPA 브랜드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이 바로 그네들이 가장 자주 출몰하는 복합몰이 아닐까?라는 생각끝에.. SPA 브랜드들의 매장 위치를 다 조사해 보니, 상위 5개 브랜드가 서울에 Time Square, IFC, 디큐브시티.. 딱3개에만 모두 출점해 있더란 결과를 얻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배경에는 전에 읽은 Adapt란 진화 심리학 책의 영향이 컸는데.. 패션에 관심이 많은 2030 여성들이 자주 방문하는 곳에 특정 SPA 브랜드가 출점을 하는 경우, 그 영향으로 2030 여성이 더욱 몰리게 되고, 결과적으로 다른 SPA 브랜드들도 출점하게 되는 어떻게 보면 브랜드와 상권, Target 소비자간에 진화론적인 상호 작용이 존재할 것이다라는 가설을 세웠던 것인데.. 물론, Adapt에 따르면 특정 SPA 브랜드가 특정 복합몰에 출점을 하였으나, 타 브랜드가 진출하지 않았다는 것은 진화론적으로 도태된 시도였다고 판단하는 것이고.. 

암튼, 한국에서 흔히 접할수 있는 상권에 대한 인구 통계학적 보고서들은 대체적으로 특정 지역 대상으로 주중과 주말 조사원이 길거리에서 보행자들의 나이와 성별을 감으로 집계하는 방식이다 보니, 보고서마다 결과치가 천차만별이고, 기본적인 상식과도 잘 맞지 않는 결과도 많아서 실제 업무에 활용할 수가 없었는데.. 어린이가 많은 상권을 소매점의 우유 진열대의 크기로 판단하는 맥도날드나 직장인 거주지를 찾기 위해 세탁소의 와이셔츠의 양을 조사하는 스타벅스의 생태학자의 접근방식은 대단히 간편하면서도 유용하구나 싶다.. 역시.. 역시.. 그들과 함께 일하고 싶어지는 업무 방식이다..

‎’83%의 유저가 페북 광고를 클릭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빌미로 페북의 기업 가치를 평가절하는 시각에 대해.. 마케팅의 미래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대다수의 유저가 스마트폰으로 SNS를 이용하는 시대에.. 더이상 기존의 배너 광고와 같은 형태는 주도적인 마케팅 수단이 될 수도 없을 뿐더러, 유저들 또한 그러한 광고들에 그다지 호의적이지도 않다는 건 상식적인 얘기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 마치 이같은 사실을 미처 몰랐다는 식으로, 페북 광고가 효과없었다며 다시 전통적인 미디어 광고로 회귀하겠다는 GM의 결정은 오히려 시대착오적이란 인상이다.

반면, 수많은 창의적인 Viral 마케팅 성공 사례들에 주목한다면, 모바일 SNS 시대에 맞는 유저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인맥을 통해 그러한 관심이 들불처럼 번져나가며, 단순 이용자들을 열성적인 지지자, 나아가 자사의 홍보 대리인으로 만들어가는 Viral 마케팅의 매커니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게 페북 거품 논쟁에 참여하는 것보다 훨씬 생산적인 일이 아닐까?? 페북은 이같은 마케팅의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 9억 지구인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거대한 실험의 장일 뿐이다. 도구는 도구일뿐, 누가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그 가치가 달리 보이는 법이다.

카톡 플러스 친구나 마플 채널이 페북 팬페이지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은 취향이나 관심사에 대한 정보를 흘렸을때, 개인적, 소규모 그룹내에서만 확산되는가? 아니면 인맥 파도를 타고 들불처럼 번져나가는 것인가?라는 점인 듯 하다. 이같은 맥락에서 블로그 마케팅은 이미 수명을 다했으며, 카톡 플친은 벌써부터 한계를 드러내버린 듯 하고, 페북 팬페이지는 이만하면 쓸만한 수준이며, 핀터레스트는 오홋~ 제법인데?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듯 하다.

소비자들은 큐레이션이 무엇인지는 상관없어한다. 그러나 의식하지 않은채 큐레이트된 컨텐츠를 탐닉하고 있다. 뭐랄까? 이건 얼리어답터인가? 아닌가? 트렌드에 민감한가? 아닌가?의 차이라기 보다는, 보다 광범위하게 인터넷 전반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트렌드에 민감하지 않은 유저층 조차도 까페를.. 블로그를.. 트위터를.. 페북을 점차 큐레이트 되어지는 방식으로 이용해 나가는 중이랄까? 잘나가는 블로거들을 만나보면, 그들이 본질적으로 큐레이터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단순히 정보를 주고 받는 사이가 아닌, 관점과 취향을 공유하는 관계로 진화된 까페나 블로그는 그 영향력이나 인터렉션 레벨의 차원이 달라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뭐랄까? 핀터레스트나, 스닙잇, 스쿱잇 같은 큐레이션 서비스의 등장은 단지 큐레이션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에 불과하단 생각이다.

큐레이션 그리고 세렌디피티..

"세상의 복잡함은 끝이 없고, 끝없는 복잡함을 전부 자신의 세계로 끌고 들어오는 것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노이즈의 바다 전체와 직접 마주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동물이나 인간은 다양한 정보의 장벽을 만들고, 그 장벽 안쪽에서 자신만의 규칙을 만든다. 노이즈의 바다에는 다양한 정보가 무한하게 존재하지만, 그중에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규칙에 맞는 것들만 가져오는 것이다.

 ’생명을 재파악한다 - 살아있는 상태란 무엇인가?’의 저자 시미즈 히로시는 이를 ‘자기 세계의 의미적 경계’라는 의미에서 시맨틱 보더(Semantic Border)라고 부른다.

제3자인 큐레이터가 부여한 콘텍스트에 의해 관점은 항상 재구성된다. 큐레이터가 소셜 미디어의 보급과 함께 무수히 많이 생겨나는 만큼 관점도 무한대로 확장된다. 이것이 다름 아닌 시맨틱 보더의 재구성이다. 그리고 이처럼 시맨틱 보더가 불안정해지며 흔들림이 생겨나고 이 흔들림이야말로 세렌디피티의 원천이 된다.” - 사사키 도시나오, ‘큐레이션의 시대’ 중..

프로젝트 시작할때부터 세렌디피티라는 화두에 대해 고민했었는데, 한 개인의 시맨틱 보더에 작은 파문을 던지고, 미묘한 균열을 만드는 것이야 말로 기성 매스 미디어가 하지 못하는 소셜 큐레이션만의 치명적인 유혹이라는 생각이 든다.

limitist:

  • 사람들은 서로를 모방한다.
  • 사람들은 어울리기 위해 마음을 바꾼다.
  • 사람들은 다수에 동조한다.
  • 토론은 태도를 변화시킨다.
  • 한 사람의 목소리가 집단 전체를 흔들 수 있다.

- 소비자학? CONSUMER.ology p.273

위 책에서 FGI의 실패 이유에 대해 요약한 부분이다. 요즘은 저런 의견이 많이 퍼져서 FGI를 잘 안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실제로는 어떤지 모르겠다) 아무튼 위 책에서 상당한 페이지를 할애하면서 FGI를 까고있다.

저기 요약에 포함되어있지 않지만, 더 흥미로웠던 관점은 이것이었다.

포커스 그룹 인터뷰에서는 일상생활이라는 배경과 상황적 영향이 모두 제거된 채, 온전히 관심의 대상인 조사 주제에만

"레이먼드는 툭 하면 앞서 했던 자기 발언까지 뒤집으면서 모두가 합의한 결론과 전혀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그 바람에 논의가 원점으로 돌아가곤 했다. 이럴 때면 에리카는 화가 나서 고함을 질렀다. ‘조금 전에는 반대로 말씀하셨잖아요.’

‘나도 압니다. 나의 한 부분이 그렇게 믿었죠. 하지만 나의 또 다른 부분이 이렇게 믿는 걸 어떡합니까. 난 그저 분열된 내 자아가 모두 자기 의견을 하나씩 낼 수 있게 해주려고 이야기하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레이먼드는 농담을 했다.

실제로 학자들은 내면에서 서로 다른 주장을 하는 두 개의 충동이 싸우는 상태인 이른바 ‘변증법적 부츠트래핑(dialectical bootstrapping)’에 빠져 잇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생각을 더 잘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우리는 자기가 내린 결론을 굉장한 것이라고 믿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을 굉장한 사람이라고 믿고 싶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자신의 에고를 보존해 자신을 계속 밀고나가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인생이란 실패를 만들어 내는 과정 아닙니까? 우리는 그저 잘 조직된 실수를 통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겁니다.” - 데이비드 브룩스, ‘소셜 애니멀’ 중…

오랜만에 PM을 하면서 금과옥조처럼 여기고 있는 글귀이다. 과거에 비해 내가 리더로써 나아지려 노력하는 점은 내 약점을 깨닫고, ‘변증법적 부츠트래핑’과정을 인위적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점이다. 프로젝트 멤버들에게 내가 제시한 프레임에 대한 반론을 요구하는데, 다행히도 모순 같은 좋은 멤버를 만나서, 요즘 회사 생활이 매일 매일 찌릿찌릿하다. ^^

묻는 사람과 추측하는 사람…

"작가 안드레아 돈데리는 세상은 묻는 사람과 추측하는 사람으로 나뉜다고 주장한다. 묻는 사람은 요청할 때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으며, 거절당하면서도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으므로 언제나 기꺼이 거절당할 준비가 되어 있다…(중략)… 추측하는 사람은 남에게 부탁하는 것을 싫어하며, 다른 사람의 부탁을 거절할 때 죄의식을 느낀다." - 데이비드 브룩스, ‘소셜 애니멀’ 중에서..

이 책을 읽고나서 곧잘  ‘묻는 사람이 되자!’라는 주문을 외우곤 한다. 변화의 시작을 기원하는 마음에서..

블레이크와 큐레이션…

"한 알의 모래에서 우주를 보고(To see a world in a grain of sand)
들판에 핀 한 송이 꽃에서 천국을 본다(And a heaven in a wild flower)
그대의 손바닥에 무한을 쥐고(Hold infinity in the palm of your hand)
찰나의 시간속에서 영원을 보라(And eternity in an hour)’ 라고 노래한다.”
- 윌리엄 블레이크, 순수의 전조(Auguries of Innocence) 중

스티브잡스도 블레이크에 영감을 받아 직감을 강화시켰다고 하는데, 오랜 고민끝에 큐레이션에 대해 한마디로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See the Unseen!!!

아르 브뤼와 큐레이션의 시대..

"아르 브뤼라는 말을 만든 장 뒤 뷔페는 이렇게 표현한다 ‘솜씨 좋은 가수의 노래 보다도 평범한 소녀가 계단을 청소하며 부르는 노래 쪽이 내 마음을 흔든다. 각자 좋아하는 취향은 다를 것이다. 나는 작은 것을 좋아한다. 마찬가지로 아직 새싹과 같은 상태를, 서툰 부분을, 그리고 미완성의 모습과 조잡한 것을 좋아한다. 나는 광석 속의 다이아몬드 원석을 좋아한다. 같이 있는 불순물과 함께 말이다." -사사키 도시나오 ‘큐레이션의 시대’ 중

너무 나아간 생각일지 모르지만, 어찌보면 과거 매스미디어의 시대에 획일화된 컨텐츠의 대량 소비에 대한 반작용으로 정신이상자나 어린이들이 단지 ‘표현하고 싶다’는 충동에 이끌려 그린 그림들이 아웃사이더 아트나 아트 브뤼라는 장르로 승화되었듯, 프로들에 의해 수준은 높지만 어찌보면 획일적이고 대량 생산된 기존 음악들에 대한 반작용이 지금의 버스커 버스커로 대변되는 아마추어리즘의 큰 흐름으로 나타나고 있는건 아닐까? 싶다.